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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도어20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와 함께 사라진 추억과 스크린도어의 시한편(노을 - 김현기) 항상 마지막 열차 시간은 눈치도 없이 허겁지겁 달려든다. 아직도 할말이 많고 좀더 봐도 좋을 것 같은데 ... 어둠의 향이 짙은 지하철역은 이미 한적할대로 한적한 공간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진 파편처럼 각자만이 존재하는 사람들 그 공간에 사랑을 듬뿍 담은 연인이 있었으니 허나 남녀는 같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사이에두고 멀찍이 떨어져 있다. 아주 잠시의 시간을 남겨둔 이별의 장소다. 찰라의 눈깜빡임도 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아쉬움 섞인 미소를 건낸다. 멀리 열차소리가 들려오지만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잠시후 그 시선은 커다란 쇠붙이에 의해 멀어버린다. 촛점을 잃은 시선은 이내 촉촉해진다. 시간이 멈춘듯 모든 것이 정지상태가 된다. 약속한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일이.. 2015. 11. 4.
[스크린도어의 시한편] 겸손 - 현명숙 겸 손 현명숙 푸르른 날 살피꽃밭의 해바라기 태양을 따라 돌고 돈다 긴 목 늘여가며 해를 품은 그리움에 가슴이 까맣게 익는다 가을빛 담은 해바라기에 한 마리 새가 앉았다 얼굴에 흰 점들이 파인다 그래도 해바라기는 고개 숙이고 있다 ^^~ 2015. 10. 26.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시한편] 누수漏水 - 김유선 누수(漏水) 김유선 사람 몸이 물이라니 사람 꿈도 물이어서 꿈만 꾸다가 깬 어느 새벽 누수가 되어버린 몸의 꿈을 본다 언제부터일까 누수된 사랑 누수된 믿음 믿음의 70%가 누수되니 말에도 물이 없어 부딪칠 때마다 소리가 난다. ^^~ 2015. 10. 18.
[스크린도어의 시한편] 선상에서 - 조성순 선상에서 조성순 누리마루는 바다를 끌고 아름다운 시인들은 상큼한 시를 풀어 바다위에 뿌린다 푸른 마음은 출렁임으로 가슴 벅차다 해조음 깔고 갈매기 노래는 색소폰의 운율을 타는데 내 눈은 여류작가 눈동자에 비치는 은빛 파도를 탄다 ^^~ 2015. 10. 13.
[스크린도어의 시한편] 바람의 귀가 - 이자영 바람의 귀가 이자영 산자락 더듬어 인연의 그림자 찾으렸더니 동아줄 하나 내려와 발목을 붙잡으매 다가갈수록 더욱 멀어지는 꼭 그만큼의 거리에 찔린 심장은 잠시 그대로 두고 다시 추스려 일어서는 떠돌이 바람 그런 귀가도 없는 바람을 주저앉히니 목쉰 울음도 차마 울지 못하고 천길 벼랑에 돌아앉아 한 마리 짐승을 키우는 나는 어김없는 산의 어미가 된다 신발도 신지 못하는 ^^~ 2015. 10. 9.
[스크린도어의 시한편] 그래도 그대는 행복하다 - 채바다 그래도 그대는 행복하다 채바다 사랑합니다 말 한 마디 할 사람 있으면 그 사람 행복하다 만나고 싶습니다 만날 사람 한 사람 있으면 그 사람 행복하다 그립습니다 그리운 사람 한 사람 있으면 그 사람 행복하다 그 사람을 위해 엽서 한 장 띄울 곳 있으면 그 사람 행복하다 ^^~ 2015. 10. 9.
[스크린도어의 시한편] 동행(同行) - 김희 동 행 (同 行) 김희 연습 없이 시작 된 인생이라는 길목 미로 같은 삶에 길을 잃고 헤매다 한 걸음 한 걸음 세월에 쌓인 갈증 나날이 퇴색한 젊은 나이테를 그리고 텅 빈 가슴 채워주는 기다림 애절할 때 홀연히 풀어낸 위로의 끈, 그것은 동행. ^^~ 2015. 10. 7.
[스크린도어의 시 한편] 북나무 - 김영탁 북 나 무 김영탁 전동차에서 바라본 사람은 어쩌면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를 바라보듯 사람을 바라보면 그 사람 나무 같다 나무가 뿌리내려 있어야할 자리 나무가 허공을 받치고 서 있어야할 자리에 사람은 유목민처럼 혹은 유랑자처럼 둥둥, 전동차 천정까지 떠다니는 것이다 그럴 때는 둥둥 울리는 북 속에 갇혀 우는 사람이 손톱으로 북을 찢고 나오는, 뾰족 솟아나는 나무의 씨앗 같기도 하다 또, 그러할 땐 빨리 자라나는 가지들은, 졸고 있거나 신문을 보고나, 혹은 가재미눈으로 예쁜 사람을 흘긋거리는 사람들을 가지에 주렁주렁 달고 다같이 나무가 된다 ^^~ 2015. 10. 3.
[스크린도어의 시 한편] 그리움 - 고경희 그 리 움 고경희 달이 그렇게 밝으면 안 되겠어 바람이 그렇게 가슴에 부딪치면 안 되겠어 비가 그렇게 밤새도록 오면 안 되겠어 해가 그렇게 눈부시면 안 되겠어 꿈속으로 오라고 두 손 맞잡고도 잠 못 드는 새벽 풀벌레 그렇게 울면 안 되겠어 아아 이제 더는 안 되겠어 ^^~ 2015. 9. 18.
[스크린도어의 시 한편] 안개꽃 - 이소암 안개꽃 이소암 맨발로 걸어나온, 외딴집 갓방 불빛 같은 꽃, 깊은 강물이 길을 쉽게 내주지 않듯 안개 구멍구멍마다 속울음 채우다 그만 그 속에 갇혀 버린 꽃 차마 안아 줄 수도 없는, 눈물꽃 ^^~ 2015. 8. 4.
[스크린도어의 시 한편] 천문대 - 오세영 천문대 오세영 하늘나라 백화점은 도시가 아니라 한적한 시골에 있다. 온 하늘 찌든 스모그를 벗어나, 광란하는 네온 불빛들을 벗어나 청정한 산 그 우람한 봉우리에 개점한 매장. 하늘나라 백화점은 연말연시가 아니라 대기 맑은 가을밤이 대목이다. 아아, 쏟아지는 은하수, 별들의 바겐세일. 부모의 손목을 잡은 채 아이들은 저마다 가슴에 하나씩 별을 품고 문을 나선다. ^^~ 2015. 7. 31.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시 한편 (이별이라는 거 - 이영식) 이별이라는 거 이영식 쾌도로 내려칠까요 민어대가리처럼 뚝 잘라 맑은 국이라도 끓일가요 자, 한 그릇 당신과 내 가슴 우려낸 국물이예요 아직 싱겁나요 그럼 울음 몇 방울 섞어 드세요 ^^~ 2015. 7. 29.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시 한편 (물 - 김형주) 물 김형주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땅이 파인다. 다시 고인다 희미하지만 자를 수 없는 물 ^^~ 2015. 7. 28.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시 한편 (새는 자기 길을 안다 - 김종해) 새는 자기 길을 안다 김종해 하늘에 길이 있다는 것을 새들이 먼저 안다 하늘에 길을 내며 날던 새는 길을 또한 지운다 새들이 하늘 높이 길을 내지 않는 것은 그 위에 별들이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 ▦ ^^~ 2015. 7. 27.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시 한편 (목련 - 김현자) 목 련 김현자 그리움 하나 까칠한 인내의 세월로 잉태하고 달빛 같은 기다림 가슴 열던 날 뽀얀 너의 모습 수줍구나 햇살 품어 활짝 웃는 목련아 너는 하얗게 청순을 열고 바라보는 내 마음이 너를 닮는다 ▦▦ ▦▦ ▦▦ ▦▦ ^^~ 201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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