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래전 이야기를 하나 꺼내려한다. 아마도 클래식기타 음악을 배우던 학원생 시절이었던 89년이나 90년도 이야기일것 같다. 경제력이 없어 레슨비를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시절이었다. 뭐 달리 방법이 없어 알바를 했는데 다름아닌 다니던 학원의 광고지(전단지)를 붙이는 일이었다. 학생들 가르치랴 전단지 붙이랴(그 당시 우리 원생끼리는 이 일을 '풀팅'이라고 했다) 공부할 시간이 없어 광고지를 붙이는 일은 그저 고되게만 느껴지는 일이었다. 하루 하루 붙여진 종이조각은 늘어만가는데 그 광고를 보고 연락하는 사람은 없었다. 효과가 없는 일을 계속 지속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풀팅'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간혹 '풀팅'을 하다가 학원 원생이라도 만나는 날은 광고지와 풀통을 들고 있던 손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광고효과라도 있어야 좀 힘이 날텐데.....
그러던 하루, 아이디어를 냈다. 사람들이 광고지를 쳐다도 안보니, 최소한 광고지에 관심을 가지게하는 방벙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광고지를 뒤집어 붙이는 것이다. 그것도 한장 한장, 띄엄 띄엄 붙이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길게 나열하여 붙이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일단은 성공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고개를 비틀어 대체 뭘하고 있는지 쳐다보곤했기 때문!, 적어도 광고지에 있던 기타(Guitar)라는 글자는 읽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ㅎㅎ 물론, 그것으로 끝이다. 광고지를 보고 전화하여 원생으로 등록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로부터 약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구로디지털단지역 앞 어느 식당에서 지인과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우연히 밖을 쳐다봤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꺽어 글자를 읽고 있는 내 모습에 잊었던 과거의 추억꺼리가 하나 떠올라 몇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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