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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페스 이야기

배틀 그라운드 가족사진

by 예페스 2019.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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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최조의 전자오락은 오트론이다. 오트론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인지, 아니면 내가 기억을 잘못하고 있는지, 지역마다 다르게 불리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오락이라는 것이 자치기, 비석치기, 다방구,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썰매, 눈싸움 등등이 전부였던 것을 생각하면, 오트론이라는 기계장치는 획기적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오트론의 형태는 좁고 조금 높은 책상위에 14에서 17인치 정도되는 흑백 모니터가 올려진 일체형이었고, 모니터의 바탕은 온통 검정색이었고 상단에 선이 하나 길게 자리했고 하단에는 짧은 선이 자리했으며, 조금 높은 책상정도의 위치에는 돌리는 다이얼(Knob)이 위치하고 있어 그 다이얼을 돌리면 아래쪽 짧은 선이 좌우로 움직이게 되어있었다. 동전투입구에 동전이 들어가면 움직이는 흰색점이 생기며, 흰색점은 입사각 반사각에 의해 위아래 혹은 대각으로 움직였고, 흰색점이 아래쪽으로 내려올 때 다이얼을 돌려 막아야하는 일종의 탁구경기같은 오락이었다. 1977년쯤으로 기억된다.

 

용돈도 풍족하지않았고, 단속(불량식품을 사먹으면 반장 부반장이 이름 기억했다가 다음날 칠판에 이름을 적었던 시절이라, 돈이 있어도 함부로? 오락을 할수 없었던 시절)때문에 몇번 해보질 못했고, 무엇보다 오락에 큰 취미가 없어 그 이후로 한동안 전자오락은 발길을 끊었다. 세월이 흘러 나의 중학교 시절에는 '인베이더'가 친구들 용돈을 갈취했고, 고등학교시절에는 겔러그가 대학진학에 걸림돌이 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나도 이때 끊었던 전자오락 - 겔러그를 잠시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는 전자오락을 2019년 초까지 전혀하지 않았다. 그 흔한 스타크래프트조차도!

 

약 두세달전, 두딸이 게임을 하고 있다. 한 녀석은 방에서, 또 한 녀석은 화장실에서! 그것도 전화통화를 하면서! 그런가보다 했다. 다음날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고, 가만히 듣고 있으니 대화내용은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큰딸과 작은딸이 마치 워키토키를 가지고 다른 장소에서 대화하듯, 그렇게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게 뭐야?"

"배그야~"

"그게 뭔데?"

"게임이야~"

"서로 말을 할 수가 있어?"

"응~"

"나도 할수 있어?"

"힘들껄~ㅋㅋ"

"나도 해보자! 응? 깔아주라"

 

핸드폰에 배그라는 게임은 쉽게 자리잡았다. 요즘 아이들은 전자오락이라는 단어 대신 게임이라는 말을 쓰고 있었으며, 우리시절의 전자오락이 기계와의 싸움이었다면, 요즘의 게임은 룰과 싸움터를 제공하고 그 게임에 참여하는 개개인과의 싸움이 이루어진다. 프로그래밍 즉, 미리 만들어진 틀이 아닌 매번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이점이 참으로 신기했다. 그래서 난 최근, 배그에 빠져있다. ㅎㅎㅎ

 

배그는 배틀 그라운드의 줄임말이다. 배린이는 배그와 어린이의 줄임말이다. 배린이인 나는 두딸의 케리를 받으며 시작했고, 머지않아 와이프도 이 게임을 핸드폰에 깔았다. 다큰 두딸은 물론이고 와이프마저 공통관심사가 없어 대화의 단절로 식탁에서 한번 모이기가 힘든 이 즈음, 딱히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은 이 게임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목적달성인 치킨을 아쉽게 놓쳤을 때는 다같이 억울해하고, 또 목적달성을 했을 때는 다같이 환호성을 지른다. 가족과 같이 크게 웃어본 적이 언제던가 ...

내가 우리 두딸 만큼 어렸을 때와는 많이 다른 진풍경이지만,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기쁘게 받아들여진다.

문득,

"배틀 그라운드 가족사진을 한번 찍어볼까?"

"옷을 이쁘게 차려있고 로비로 모여봐~, 좋아하는 총한자루씩 들고!"

 

 

 

 

"돈드는 것도 아닌데 ......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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