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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페스 이야기

생일선물로 받은 지오지아

by 예페스 2019.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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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았는데 느닷없이 선물을 받는다면 그 또한 인생에 있어 양념이 아닌가~싶다. "혹시 내일이 생일 아니세요?" 하면서 슬며시 건내어진 생일선물. 내일이 나의 생일이라고 생각을 했든, 아니면 선물을 주고싶은데 명분을 생일로 선택했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않다. 선물하고자하는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날, 우산을 받쳐들고 퇴근길인 안양천길을 걷는다. 혹여 선물을 담은 종이백이 젖을까봐 반대쪽 어깨를 봄비에 내어주고, 평소보다 빠른 축지법을 시도해본다. 선물이 옷이라는 말은 듣었는데 안에 어떤 종류의 옷이, 어떤 디자인의 옷이, 어떤 색상의 옷이 들어 있는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지만, 도착하자마자 선물을 개봉하지는 말자! 언박싱의 행복은 뜸들이는 시간과 어느 정도 비례하니까 .....

 

 

 

조심해서 다룬 결과인지 종이백의 상태는 우월했다. 빗방울이 말라 얼룩이 생기거나 미세먼지의 흔적을 남기지는 않았다. 부러운 눈초리로 선물을 바라보던 우리 두딸은 이 브랜드를 알고 있다. 김수현이라나? 그자가 이 브랜드의 모델이라고 한다. 지오지아의 앞에 자리한 'R'과 동그라미의 정체는 뭘까? 우리 두딸도 그건 잘 모르는 듯. 중요한 건,

"오늘부터는 이 아빠가 지오지아의 모델이란다~"

 

 

본 케이스를 열기전에 언박싱의 순간을 조금 늦춰본다.

매장에 들어서서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잠시나마 나의 행색과 실루엣을 상상하며 싸이즈를 가늠해 봤을 것이며, 세상의 계절이 어디에 당도했는지도 잠시 생각해 봤을 것이며, 머리속은 나를 스켄하며 옷을 입혔다 벗겼다를 반복하며 색상을 골랐을 것이며, 선택된 옷의 가격은 얼마인지 궁금해 했을 것이며, ..... 최종적으로 "이거 주세요!" 했을 분의 얼굴에 담겨진 미소를 상상하면서, 그렇게 천천히 박스를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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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인듯, 옷에 붙은 레떼르를 관심있게 읽어본다.

 

 

 

지오지아

약 2년전에 구입한 시계를 소환했다. 이 선물과 잘 어울리는 조연은 누가 좋을까? 잠시 고민해봤다. 첫번째는 넥타이, 두번째는 연필이나 샤프펜슬, 세번째는 명함지갑, 그리고 네번째가 바로 시계였는데, 마지막에 떠오른 시계를 선택함은 선물을 준비한 분이 나처럼 시계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몸에 걸쳐보질 않았지만 입을 때마다 이 선물을 준비한 분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선물을 주면서 '혹시 안맞으면 바꿔준다'고 했지만 옷이 내게 맞고 안맞고는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선물은 마음이 없으면 준비되어지질 않는 것이기에, 그 마음만 내 마음에 간직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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