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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

철산한신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안양천의 빛

by 예페스 2016.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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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안양천 야경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늘 같은 동의 옥상이다보니 프레임이 정해져버린 듯한 느낌도 있지만,

하늘이 좋은 날은 퇴근 후 서둘러 옥상을 오르곤했다.

 

경비아저씨와 친해진 탓일까?

잠겨진 옥상키를 손쉽게? 받아들고 먼 출사길에 오르듯

모든 장비를 들쳐매고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기대에 찬 마음을 부풀린 폐에 가득담고 이 아파트 종점인 25층 버튼을 누른다.

5층에 서식지를 정한 탓인지

25층은 고지를 향해 천천히 기어오르는 롤러코스트를 탄듯 긴장감과 그에 걸맞는 시간을 제공한다.

엘리베이터 도어가 열리고 막혀버린 좁은 공간끝의 계단을 이용하여 한층을 더 오른다.

주머니에서 경비아저씨로 부터 전달받은 옥상키를 꺼내어 조심스럽게 문손잡이 구녕을 찾는다.

옥상문이 약한 금속성 잡음을 전달하며 열린 틈으로 안양천의 하늘을 보여줬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셋팅하고 삼각대에 얹어본다.

구름과 하늘빛이 극적인 조화를 이룬 곳을 찾아 360도 몸을 돌려본다.

우선 구름위주의 사진을 몇장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밝아지는 인공의 빛을 담아봤다.

그리고 액정에서 읽혀지는 빛을 보고는 문득 이런생각을 해봤다.

 

이미 익숙한 프레임

그래~ 이곳 아파트 옥상에서 얻을 수 있는 사진은 이제 한계를 느낀다.

그건 다름아닌 빛의 위치, 밝기, 색감이 항상 일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훌륭한 뷰를 가진 아파트 배란다에서 늘 같은 화각의 야경을 찍어대는 기분이랄까?

다행히 프레임에서 자연이 만들어낸 빛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면 그나마 매번 다른 느낌의 사진을 건질 수 있겠지만,

인공의 빛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면 어쩌면 뻔한 사진의 반복일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켜지는 빛, 그리고 그 빛의 색상, 위치 .....

 

안양천의 하늘이 그랬다.

아래 사진의 절반정도는 자연이 만들어낸 빛이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사람이 만들어 낸 빛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빛이 특별한 장관을 연출해 내지 못한다면

이제 이 구도의 사진은 더 이상 반복하여 찍어낼 필요가 없다는 .... 그런 생각!

 

그동안

나만이 오를 수 있고 나만이 담아낼 수 있는 프레임이라고 생각했던 사진에서

심하게 식상함을 느낀다.

 

 

 

 

 

안양천

 

 

 

 

 

그 어느날,

정말 멋진 구름이 하늘에 널릴 때,

미친듯이 옥상으로 달려가는 날이 몇번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노을도 아닌, 야경도 아닌 애매한 졸작의 사진 한장을 포스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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