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내가 쓴 블로그 글을 읽던중 콩도장이야기가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 중에 콩도장, 명함, 그리고 회식 ... 이라는 문구에서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는데 바로 첫직장, 첫회식 때의 기억이다. 입사하고 얼마나 버티는가 보려했는지 거의 한달이 넘어서야 신입사원 환영회 비스무레한 회식을 한다고 했다. 가족과 외식하는 것과는 왠지 다른, 뭔가 고생좀 할것같은, 회식이라기보다는 신고식이 될 것같은 불길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회식이라는 회사문화를 처음 접하는 것이라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날짜가 임박하여 '자네 뭐 좋아하나?' 하고 사장님이 물어오시는데 '네! ??를 좋아합니다'..라고 했어야했는데 "뭐든 안가리고 잘 먹습니다" 라고 대답했던 것같다. 음 ...... 큰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사장님 왈 "그럼 간만에 회먹으러 가자~"
고향이 첩첩산중 산골이다. 어릴때까지만 살았고 국민학교 입학문제로 서울로 올라오긴했지만, 그래서 약 7년간 살아온 산골생활은 평생을 좌지우지하는 습관과 식성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먹을 것이라고는 자연에서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고구마 감자 무우 파 울콩 배추 감 호두 고염 자두 돼지감자 수박 돗나물 비름 냉이 ... 간혹 마음먹고 시냇물에서 잡은 피리(그 때는 그렇게 불렀는데 나중에 보니 일급수에서만 자란다는 쉬리와 똑같이 생겼더라는 ...) 모래무지, 뚱가리, 불미, 고디(올갱이), 그리고 겨울 별미 고드름, 이른봄의 찔레, 가을엔 밤, 뽕나무 열매 오디 ..... 입맛이 이렇게 길들여지다보니 서울로 와서도 먹는 음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그 입맛은 평생의 입맛으로 자리잡고 말았다. 그러니 어촌(뭐 굳이 어촌이 아니더라도 바다가 가까운 곳)에 살던 사람과 입맛이 많이 다를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있다면 바로 생선이다. 생선의 경우 큰 제사나 명절이 아니면 구경조차 못할 일이었다. 시냇물에서 잡을 수 있는 새끼 손가락만한 일급수 물고기 말고, 짭짭한 소금물에서 자란 커다란 생선은 정말 귀하고 귀했다. 그런데 그 귀한 생선을 만나면 반갑고 또 맛이 있어야하는데 입맛이 길들여지지 않아서 그런지 통 맛을 못느끼겠더라는 ... 반백을 살아오면서 아직도 먹지 않는, 아니 먹어도 맛을 모르니 앞에 앉은 사람에게 양보하는 음식이 있다면 ... 모든 젓갈류, 게장, 굴이 있다. 비교적 고급 음식에 속하나 통 맛을 모르겠다. 공통점은 어촌에서 시작되고 발전된 음식들이다.
어이쿠!! 하필이면 왜 '회'?
1994년도 4월에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회식은 그해 4월 혹은 5월에 했을 것이고, 서울로 상경한 것은 1973년 경, 그러니까 약 20년간 회를 단 한번도 접한 적이 없다. 부모님 역시 나와 입맛이 비슷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외식을 해도 회는 상상할 수 조차 없었을 것이다. 또한 회는 생선을 날로 먹는다는 선입견때문에 무지하게 비릴것이라는 생각이 미각과 후각을 매우 부정적으로 자극했다. 시장통에 가면 나무판에 올려놓고 판매하는 생선들을 어렸을 때 많이 봤다. 여러번 갔던 시장은 생선가게가 나타날 즈음이면 그 비릿한 비린내가 싫어 미리 코를 막고 준비?를 했으며 생선가게 앞에서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그 생선을 익히지 않고 대충 칼로 썰어먹는다고 생각하니 뭐라 핑계꺼리를 만들어 회식을 피하고 싶은 생각까지!! 그랬다. 내게 회는 시장에서 판매하는, 여름에는 파리들이 달라붙어 회식하는 그 생선을 칼로 얇게 썰어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나도 참.....쩝쩝~
도착한 회식장소, 다행히도 상상했던 비린내는 나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곱게 할복자살한 생선이 접시에 담겨져 나왔고, 술한잔이 돌고 권유에 의해 한조각의 살쩜이 내 입에 들어가고야 말았다. 음.....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입속에서도 비린 맛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씹어대도 이상하게 목으로 넘어가질 않고 입에서 맴돌기만했다. 아마도 광어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맛대가리도 없는 것을 왜 비싼돈주고 먹은지 원~~~ "안주를 잘 안먹고, 술만 마시는 신입사원" .... 그랬다 ㅎㅎㅎ
그 후로도 일부러 앞장서서 회집을 찾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모든 이가 원한다면 굳이 반대표를 던지지않고 빨간 초장에 푸~욱 절여 초장의 새콤 달콤한 맛과 함께 한두점 먹고 만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하고 아이가 생기고, 그리고 아이들이 머리가 크더니 외식을 하자고 조른다. 횟집 가잔다. ㅎㅎㅎㅎ
광명시 철산동 철산상업지구에 경수사라는 일식집이 있다. 금년 들어 처음이고 아마도 두번째 외식장소로 기억된다. 이집도 일단 비린내가 나질 않는다. ㅎㅎㅎ
방 한가운데를 삽으로 각지게 걷어내고 그 구덩이에 다리를 집어넣고 식사를 한다. 한사람이든 열사람이든 방은 따로 주어진다. 2층이라 상업지구 특유의 번잡한 느낌은 전혀없고, 매우 낮은 데시벨을 기록한다. 인테리어나 내부시설, 악세서리가 그리 세련되진 않았지만, 정리가 잘된 침구세트를 보는듯 정갈한 느낌이다.
회~
이제야 씹히는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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