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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실텍 스피커케이블과 WBT 말발굽형 스피커핀

by 예페스 2018.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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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구입했는지 기억도 나질않는다. 결혼 당해나 그 다음해? 그것도 아니면 그 다다음해! 그러니까 약 20년 전에 구입한 물건이다. 지금은 오디오에 전기 먹이는 일이 거의 없어 사용조차 하지 않는 물건이다. 실텍 스피커케이블을 구입하니 스피커핀을 총8개를 줬다. 4개는 스피커에 연결하는데 문제가 없었으나, 나머지 4개는 매킨토시 MC275앰프가 이 녀석들과 같이 놀려고하질 않아 찬밥신세! 물리지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약 20년간 빛을 보지못하고 두터운 박스에 감금되어 있다가 얼마전 우연히 가석방된 WBT 스피커핀~

 

손길이 가질않아 새것임에도 불구하고 몰골이 말이 아니다. +, -의 구분을 담당하는 흰색과 빨간색의 고무링은 약간의 끈끈함이 느껴질 정도였고, 노오랗게 빛나던 단자부는 자연부식인지 검버섯이 세월의 흔적을 말하고 있다. 주인을 잘못만나 제역활한번 해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은 아닌지 ...

 

 

 

 

대개가 그렇듯 오디오쟁이들의 와이프는 오디오에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디오라는 취미를 가진 남편에게 많은 불만을 표한다. 단순히 취미라고 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것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내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와이프 역시 음악은 좋아했지만 소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나는 뭔가 업그레이드만 되면 업그레이드를 합리화하기위해 달라진 소리를 공유하고자 무척이나 노력했다. 하지만 오디오쟁이가 듣는 그 소리를 와이프는 외면했다. 어쩌면 애써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매번 '소리에 대한 공유'는 실패로 끝났다.

 

 

 

 

음 .....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 오디오잡지에는 스피커케이블이 꽤 많이 광고로 실렸는데, 개중에는 3,000만원이 넘어가는 제품들도 있었다. Transparent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제품이었고 케이블 중간에 직사각형의 상자같은 것이 붙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전혀 현혹되지 않은 것을 아니지만, 저 돈이면 차라리 스피커를 업그레이드하겠다!라는 생각으로 스피커케이블에 대한 관심을 스스로 억누르고 있었는데 ... 그래도 관심이 가는 스피커케이블이 하나 있었다.ㅎㅎ 바로 실텍 순은 케이블! 한번 꽂히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나보다. 와이프 몰래 모아오던 쌈지돈으로 구입하기로 작정하였으나, 파란색의 스피커선이 집에 들어오면 대번에 알아차릴 것 같아 몰래 구입하는 것은 참담한 지옥행이나 다름 없었다. ㅠㅠ 저렴하지 못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 ... 뭐가 없을까?

 

실텍 순은 케이블(정확한 모델명이 기억나질 않는다), 약 130만원 정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와이프에게는 "15만원짜리 스피커케이블이 새로 나왔는데 가성비가 끝장난다!" 로 거짓말을 하고 용산매장을 같이 가게된다. 그런데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할지 모른다. 시선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른다. 지은 죄가 있어서 일것이다. 이미 마음속에 정해진 제품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으나, 매장까지 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원하는 제품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정말 어려운 것은 와이프 몰래 115만원을 매장에 지불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구경좀하고 있을테니 차에서 핸드폰을 가져다 달라고 한다. 와이프가 없는 사이 115만원은 매장주인에게 신속히 전달되었고 "15만원에 판매하는 것처럼 해달라"는 당부도 잊지를 않았다. 잠시지만, 매장주인과 나는 매우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곧 와이프는 돌아왔다. 나는"전선 따위가 뭐이리 비싸냐?"며 매장사장에게 15만원을 지불했다. 그렇게 구입하고야 말았다.....

 

 

 

 

스피커핀에는 각각의 시리얼넘버가 적혀있다.

 

 

 

 

Pure Copper ... 우리말로 순수한 동이라는 말이다. 잠시 동의 순도에 대해 말하자면 ... 동의 순도는 N으로 표시된다. 99.9%동은 9가 셋이니까 3N, 99.99%는 9가 넷이니까 4N, ...... 99.999999%는 9가 여덟이니까 8N! 당시 순도높은 동은 금보다 비싸다는 말이 있었다. 오디오쟁이 시절 8N까지 거론되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당시 귀하디 귀했던 녀녁들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접사사진 몇장 찍어봤다. 그리고 기억의 뒤편에 아스라히 묻혀있던 조각들을 아주 조금 이어붙여봤다. 이 녀석들을 활용하려면 오디오병이 재발해야하는데, 그럴만한 시간도 없고 지불할 비용도 없다. 형편이 안되어 자연스래 치유되었던 오디오병 ... 완치되고 나니 환자였을 때가 쪼금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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